초등저학년때 추천할만한 사교육-피아노 주산

 

 우리나라에서는 사교육비로 워낙 많이들 지출을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주로 시작하는 영어나 수학 학습지 같은 것은 사교육축에도 못끼지요. 주로 저학년때에는 예체능이 대부분일 수도 있고 조금 여유가 있는 분들은 영어유치원 같은곳을 보낼것입니다.

 이런 우리나라실정에서 ​아이들을 아무것도 안보내거나 안가르치는것은 참 불안한 일이지요. 특히 친한 엄마들과 모임을 갖거나 하면 아이들을 집에서만 있게 하는것이 아이에게 무슨 죄를 지은것처럼 느끼게도 만듭니다.

 하지만 이글을 이런 인기없는 블로그에서 친절히 읽어 주시는 분들은 아마도 저와 비슷한 자유방임형 어머니들일 거라 저는 믿습니다. 아이들을 최소한의 사교육으로도 잘 키울수 있다고 마음먹고 주변의 어떤 걱정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우리 아이들은 잘되고 잘할거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 일단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습니다. 

이런 강한 멘탈로 무장하고 아이에게도 당당하고 자신감있는 엄마의 모습으로 주변의 말에 휘둘려 이곳 저곳 아이들을 입소문으로 들은 좋은 학원이나 공부방으로 보내시지 마시길 바라며 제가 겪은 경험들을 솔직하게 얘기해 볼께요.

2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의 일이었습니다. 어느날 집에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한통이 왔어요. 친구는 저에게 아무노래나 말하면 바로 자기가 피아노를 쳐주겠다고​ 하더군요. 그 당시 이문세를 굉장히 좋아했던 저는 이문세 3집 4집에 있던 노래중에 아무거나 제목을 얘기했더니 글쎄 바로 전화기로 그노래를 피아노로 연주하더군요. 너무 신기해서 계속 여러곡을 주문했더니 바로바로 피아노소리가 나는 것이었죠. 모르는 노래는 저에게 잠깐 불러보라고 하더니 바로 연주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전화를 건 친구가 친것은 아니고 저랑 고등학교 모든 학년에 같은 반이었던 다른 친구가 쳤던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쳐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집에 피아노가 있는데도 한곡도 칠수가 없었습니다. 그 즉흥연주를 했던 친구는 제가 너무 신기해서 그 친구와 어릴때부터 친했던 다른 아이에게 물어봤습니다.

 

 

그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피아노학원에 다닐때 피아노학원을 다닐 형편이 못되어서 그냥 피아노학원에 놀러갔다고 합니다. 친절하신 피아노 선생님은 가끔 친구에게 레슨을 좀 해주셨다더군요. 친구는 어깨너머로 아이들이 치는것도 구경하고 친한 친구들무리가 그학원을 다니고 선생님도 젊고 좋으신 분이라 언제든지 피아노를 칠 수 있게 해주셨답니다. 대여섯명의 친구들은 그때 피아노를 배웠음에도 피아노학원을 안다니면서 피아노치는 감각도 잃고 결국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제대로된 곡하나도 못치게 되었지만 그친구는 그런 안좋은 환경에서도 본인의 배우고자 하는 의지로 몇년이 지난 후에도 그렇게 연주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친구의 그 열정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그당시에 그친구의 절대음감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때는 절대음감이라는 단어를 제가 몰라서 아마도 천재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제주변 특히 제 친동생 조차도 5년이상 피아노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음을 캐치할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지라 그런 능력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그친구는 특히 수학과 물리쪽에서 두각을 나타냈지요. 저보다 전반적인 성적은 조금 떨어졌지만 이과수학과 물리에서는 저보다 훨씬 뛰어났습니다. 그것조차도 저는 부러웠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절대음감의 천재적인 능력과 이과적인 두되와 엄청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고 경험적으로 누적된 통계도 없었지만 그친구의 그런 후덜덜한 능력은 감히 제가 따라할 수 없는 거라는 생각에 아마도 절대음감처럼 타고난어떤 것일거라고 제나름대로 말도안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ㅋㅋㅋ

 잠시 피아노얘기는 접어두고 주산에 대한 저의 추억을 생각하면 역시 주산도 피아노와 같은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것 중의 하나였습니다. 당시에 초등학교에서는 반이상의 아이들이 주산학원에 다녔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당시에는 피아노학원수강료가 2,3만원이었고 주산학원은 1만원정도 였으니 좀 덜 부담스럽기도 하고 수학능력에 필요한 암산실력을 키우기 위해 붐이 일정도로 주산학원이 인기였지요.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도 주판이 없는데도 손가락으로 허공에 튕겨가며 사칙연산을 하더군요. 저는 너무 신기했습니다. 덧셈도 두자리수만 넘으면 절대 가로셈으로는 못풀고 세로로 다시써서 세로셈으로 풀던 저로서는 곱셈이나 나눗셈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아이들이 무슨 마법주문을 외우는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즈음 저는 한가지 결심을 합니다. 굉장한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낳아서 키우게 된다면 피아노와 주산을 꼭 가르치리라고요. 비록 남편과 저는 절대음감도 없고 피아노를 칠 줄도 모르고 계산기없이는 빨리 계산도 못하지만 아이에게는 내가 경함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케해주리라 생각했죠. ​주산학원은 이미 사양산업이 되어서 수학학원으로 빠르게 대체되었다가 주산식수학이 부활을 했기 때문에 또한 방과후에 학교에서 주산과목이 생기면서 두가지 모두 가르칠 수 있었지요.

큰아이는 일곱살이 되던 해 가을즈음 피아노학원을 보냈네요. 다섯살만 되어도 주변에서는 가르치길래 일단 저는 뜸을 들였지요. 본인 스스로 배우고자하는 욕망이 생겨야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였죠. 아이는 여섯살무렵부터 다니고 싶다고는 했고 저는 그 욕망이 커져서 ​하늘을 찌를무렵 아이를 피아노학원에 보냈지요. 아이는 재미있게 학원을 다니더군요.

 어느날 큰아이가 2학년즈음에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젓가락으로 밥그릇 반찬그릇을 두드리더니 저에게 "엄마 이건 도 이건 미 이건 레​야 " 하길래 응 그러냐고 했지요. 제가 만약 그때 그소리가 들렸다면 당장 실로폰으로라도 테스트를 해봤겠지만 그저 따가운 소음으로만 들렸었지요. 몇년이 흘러 아이가 4학년 정도 되었을때 집에 피아노를 중고로 들여놓았지요.

 어느날 아이는 피아노로 얼레리꼴레리를 연주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알고있는 광고에 나오는 음악을 피아노로 마구 쳐대더라고요.

오마이갓!​

 저는 당장 아이에게 피아노로 테스트를 해보았지요. 하얀건반부터 눌러보고 아이에게 맞춰보라하니 아무렇지도 않게 맞추더라고요. 설마 검정건반은 못맞추겠지 했는데. 아이구 너무나도 잘 하더라구요. 아이에게 언제부터 피아노음이 들렸냐고 물어봤더니 일곱살때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다른방에 있는 언니들이 소나티네를 치고 있으면 그 소리가 들렸답니다. 그래서 몰래 따라쳐봤다네요. 아이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는줄 알았고 저또한 젓가락으로 두드리며 음을 찾던 아이에게 "응"하며 영혼없는 대답만 해줬던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절대음감에 대한 내용과 테스트를 찾아 한번 아이에게 해봤습니다. 그 테스트에는 일반소음으로 들리는 생활음과 악기소리 두가지 영역으로 각각 50문제씩 100문제였는데 아이는 ​거의다 맞추더군요. 결과그래프에서는 절대음감의 영역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곳으로 찍히더군요. 세상에나 저는 그래프의 중위권에도 못미치는 최하위권의 음감을 가지고 있었고 남편또한 저와 비슷하더군요.

 제가 자식자랑을 위해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랍니다. 부모가 전혀 음감도 없고 음악적재능도 없고 전공조차 그것과는 전혀 다른쪽인데도 아이는 절대음감으로 태어날수도 또한 길러질수도 있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은 거죠. 제가 알아본 바로는 절대음감이 결코 음악가의 절대조건도 아니고 그냥 특이한 능력이라고 하더군요. 선천적으로 타고 나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 음악교육을 받는 아이들 특히 만 5세 이전에 악기를 배운 아이들이 절대음감이 될 확률이 높다더군요. 우리아이는 전자인지 후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음악듣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는 첫째를 가졌을 때 다니던 회사에서 회계업무를 하느라 숫자와의 싸움을 했을 뿐이지요. 고등학교 이후의 저의 근거없는 절대음감과 수학적재능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웃긴 이론은 물론 지금도 주변의 사례를 통해 약 55% 정도 확신할 따름입니다. 다른 반대이론이 나오면 무조건 깨갱거릴 저만의 확신아닌 확신이죠.

우리아이도 지금 중1인데 아직까지는 수학과 과학에서 좋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만약 고등학교에 가서 못하게 된다면 그냥 관계없는 걸로 생각할겁니다. ㅋㅋ

 아무튼 제가 간절히 바랐던 재능이 아이에게 나올수도 있다는 사실에 저는 너무 신기했답니다.  하지만 주산의 경우에는 방과후로 개설된 강의가 있어서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가르쳐봤는데 아이가 별로 흥미를 갖지는 못하더라구요. 그래도 하나는 건졌습니다. 만족해야죠.

제가 인상깊게 봤던 어거스트 러쉬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엄마아빠의 음악적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가 그러한 재능때문에 어릴적 헤어졌던 부모를 만나게 되는 음악을통한 교감영화이지요. 그 영화를 보면서 말도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물론 선천적으로 태어난 아이도 있지만 수많은 아이들은 후천적인 교육으로도 충분히 재능을 찾을 수 있으리란 확신도 들구요. 피아노교육은 99% 후천적인 노력이 필요한 거라더군요. 매일매일 3시간이상 10년간 꾸준히 하면 못이뤄낼것이 없다는 책도 본듯하네요

 

 

 우리 첫째아이는 엄마에게 대리만족만을 주고 지금은 피아노는 배우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네요. 물론 취미로 피아노와 기타 레고수집도 하구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른 조기교육보다 피아노를 통해 잠재되어 있던 아이의 음감을 키운다면 아이는 평생 엄마를 고마워할 것입니다. 아이의 정서나 평생의 취미로도 음악은 가치가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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